올바른 납언이란 신하의 간언을 받아들임으로써 아랫사람의 지모를 수렴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임금에게는 충간하는 신하가 있고, 어버이에게는 충간하는 자식이 있어야 한다. 불의에 직면하여 간언을 드리면 그 선(善)을 따르고 그 악(惡)을 바로잡아야 한다.
임금이 충간을 거부하면 충신은 그의 의견을 진언할 수 없으며 오히려 간신이 정치를 전횡하게 되므로 이는 국가를 위해 해가 될 뿐이다. 따라서 정도를 걷는 국가에서는 신하와 백성들이 정직한 언행을 하고 정도가 없는 국가에서는 행동만을 올바로 할 뿐 처벌을 모현하기 위해 말을 삼가게 되어 윗사람은 들을 수 업고 아랫사람은 말할 수 없다.
공자는 아랫사람에게 묻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았고 주공은 아랫사람을 극진히 대접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그 빼어난 인품과 명성으로 인하여 모두 후세의 성인이 된 것이다.
집이 아래쪽에서 새게 되면 위에서 막으면 그만이지만 집이 위쪽에서 새게되면 그 아래쪽에서는 살 수 없는 것이다.
올바른 찰의란 주자(朱紫:붉은색과 자주색)의 색깔과 궁상(宮商:동양음악의 오움중 일부)의 음을 구별하여 의혹을 통찰하는 것을 말한다. 붉은 자색(紫色)이 주색(朱色)을 어지럽히고, 음탕한 소리가 정통 음악을 의심하는 풍토에서는 충신이 오히려 의혹을 받아 멀리 떠나게 된다.
반란은 충신을 멀리하는 데서 발생하고 의혹은 간신의 말에 미혹되는 데서 발생한다.
사물에는 종류가 다르면서도 형태나 색깔이 같은 것이 많다. 흰 돌은 옥과 비슷하여 어리석은 자는 그것을 보물로 간직하고 고기의 눈이 주옥인 줄 알고 그것을 가져간다. 여우와 담비는 개와 유사하여 어리석은 자는 그것을 사육하고 하눌타리의 열매는 오이와 유사하여 어리석은 자는 그것을 먹기조차 한다.
계획에 허점이 있으면 일을 추진할 수 없으며 추진하는 일에 허점이 있으면 성공할 수 없다. 따라서 성인들은 사사로운 의견을 좇지 않고 천명을 살펴 믿고 따랐다.
공자는 훌륭한 군주의 정치란 남이 자신을 알아주지 않음을 걱정하지 말고 자신이 남을 모르는 것을 걱정하는 것이라 하였다. 즉 세상이 자기를 몰라주는 것을 걱정하지 말고 자신이 세상 일에 어두운 것을 걱정해야 한다.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모르는 것을 걱정하지 말고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모르는 것을 걱정해야 한다. 천한 사람이 귀한 사람을 모르는 것을 걱정하지 말고 귀한 사람이 천한 사람을 모르는 것을 걱정해야 한다.
선비는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죽고, 여자는 자신을 아껴주는 사람을 위해 화장하며, 말은 자신을 채찍질하는 사람을 위해 달리고 신(神)은 자신을 통하여 믿는 사람을 위해 앞길을 밝힌다.
따라서 군주는 형벌을 판결함에 있어 그 명확하지 못함을 걱정해야 한다.
혹 무고한 자가 죄를 받지나 않았는지, 혹 죄를 지은 자가 용서받지나 않았느지, 혹 권력 있는 자가 전횡하지나 않았는지, 혹 굽은 것을 바로 펴지 못하지나 않았느지, 혹 신의 있는 자를 의심받게나 하지 않았는지, 혹 충성스러운 자가 해를 입지나 않았는지 신중히 살펴야 한다.
- 제갈량집 中 -